나는 오늘도 공장에 간다. 수송 트럭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트럭에서는 제멋대로 “음~”, “머~”하는 울음소리가 울리고, 여행의 피로로 입 주위에 거품이 생긴 소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런 소들을 위협하여 진정시키고 작업 현장으로 유도한다. 소들이 현장에 도착하면 베테랑 동료 차례다. 동료는 소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 그 순간에 소 미간에 기계로 큼지막한 볼트를 박아 기절시킨다. 그리고 앞으로 주저앉듯이 쓰러진 소의 목을 베는 것이 나의 일이다. 목구멍을 뚫고 발목을 베어 피가 빠지게 한다. 전기톱으로 뿔을 자르고 항문을 따고 매달아 내장이 잘 빠질 수 있도록 한다. 여기까지 진행되었을 때 드디어 소들은 죽을 수 있다. 고개를 떨구고 껍질이 벗겨져 거꾸로 매달린 소들은 정확하게 컨베이어..
드디어 오늘, 나는 자살한다. 목을 맬 거다. 가능한 한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의자 아래에 큰 시트를 깔아두었다. 옛날에 인터넷에서 봤는데, 목을 매달면 몸에서 여러 가지로 배출되는 것 많다고 한다. 내가 죽고 나서 이 방에 들어오게될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부디 용서해 줬으면 한다. 죽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사업에 실패하고,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이 생겨버렸다. 다행히도 형이 조금씩 빚을 갚아주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는 백 년이 지나도 빚이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미안해. 그렇다고 지금부터 일하는 것은 사회경험이 적은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까 내 보험금으로 조금이라도 빚을 갚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형, 뒤를 부탁해. 이제 자살할 준비는 끝났다. 엄마, 낳아줬는..
"너의 웃음에는 부정의 감정이 없어. 웃음에는 슬픔과 분노, 무력감 같은 것도 필요한 거야. " 개그맨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맥주를 단숨에 마셨다. 입 주위에 하얀 거품을 손으로 닦아내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나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선배는 동경의 대상이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긴장하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주며 항상 긴장을 풀어 준다. 그리고 오늘은 반성회라며 나를 초대해 한잔 하며 피드백을 해주시는 중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부정의 감정을 담아낼 수 있을까요?" 자신감 잃은 나에게 선배는 “내가 가르쳐 줄게!”라며 기분 좋게 말해주었다. 상냥한 선배, 든든한 선배. 정말… 정말 고마웠다. 선배는 "당장 오늘부터 훈련이다."며 회식 후 내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선배는 나를 테이프로..
2031년, 슬픔이 수치화되어 그 해 느낀 슬픔의 정도에 따라 정부로부터 위로금으로 ‘슬픔 수당’이 지급되게 되었다. 슬픔 1~29점은 5만원, 30~59점은 10만원, 60~89점은 30만원, 90~100점은 파격적인 1000만원이었다. 내일은 연간 슬픔 수치 정산 마감일. 내 점수는 55 점이었다. 5점만 더 모으면 30만원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5점 정도의 점수는 애완동물의 죽음 정도다. 미안…... 내 애완동물, 국내에 얼마 없는, 일부 섬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수컷 개구리. (이름은 프로틴) 사랑했어, 프로틴. ‘이것으로 30만원이네.’ "흐흥~ 흥흥흥~♪" 7시에 알람을 맞춰두고 잠들었다.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응~? 뭐야? 뭐야? 뭐야? 뭐야?" 내 손발을 두 아들이 억누르고 있다. 머..
“늦는 놈은 뒤로 가라고! 추월하는데 방해하지마!” 뭐가 [아기가 타고 있어요.]냐? 어? 그게 뭐냐고! 내가 왼쪽에서 무리하다 싶게 추월을 시도하니 상대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는다. 그 틈에 앞으로 끼어들었다. 그리고 급브레이크를 약 2회 정도 밟아 상대가 알아서 거리를 벌리게 한다. 얼른 따라오려고 하지만 퇴근 시간이라 금방 막혀버렸다. “덤벼보라고 약해 빠진 새끼야!" 앞에 보이는 차는 기분 나쁜 보라색이다. 뒷유리에는 [악마가 타고 있습니다] 라는 더러워진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번엔 악마냐? 병신같네. 덤벼보겠다는거야?” 이번에도 깜빡이도 켜지 않고 차선 변경을 하며 중앙선을 넘나들어 보라색 차를 추적했다. 그리고 보라색 차에 바싹 붙어 압박했다. 보라색 차는 곧 포기했는지 점점 속도를 늦췄..
18시 36분 ○○역 ○호선 ○○방향 지하철 ○번칸 승차홈. 항상 익숙한 세미 정장의 여성 뒷모습이 보였다. “우와, 오늘도 우리 애인과 같은 칸이군!” 지하철이 들어와 문이 열리고, 애인의 뒤를 따라 탑승했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밀려들었지만 잘 피해서 애인의 오른쪽 뒤에 자리 잡았다. 지하철 내부는 만원이라 혼잡했고, 어쩔 수 없이 조금 밀착할 수밖에 없었다. 애인의 엉덩이가 은근히 나에게 닿아서 내 성욕을 자극한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역이 되면 애인이 내리고, 나 역시 따라서 개찰구를 통과한다. 앞에서 걷는 애인의 탱탱한 엉덩이가 좌우로 흔들리며 나의 망상을 자극한다. ‘흐흐, 오늘 밤도 그 엉덩이를 좌우로 벌리고……’ “어이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갑자기 오른손 위쪽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
오랜만에 인근 어린이 공원에 왔다. 그리운 놀이기구, 그리운 벤치들이 보인다. 하지만 놀이기구와 벤치 주변에 사탕 껍데기와 빈 페트병이 흩어져 황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편의점 빈 봉투를 꺼내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쓰레기를 치워 나갔다. 하지만 다음날 공원에 가면 또 쓰레기가 흩어져있었다. 나는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냈다. 공포를 이용해 쓰레기를 없애는 좋은 아이디어이다. 쓰레기 옆에 [저주받아도 좋아?]라는 낙서를 써넣은 것이다. 다음날은 아직 쓰레기가 그대로 있었지만, 꾸준히 공원을 모니터링했다. 쓰레기를 버리는 아이도 나의 메시지를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쓰레기를 버리는 아이를 찾아내 문 앞에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내 노력 덕에 공원은 순식간에 깨끗해졌다. 어느..
어느 날 밤, 한 청년이 서둘러 집에 돌아가고 있었다. 그날은 지방 출장이 있었기 때문에 밤 11시가 넘도록 운전을 해야 했다. 지방에서 돌아오는 도로가 산을 지날 때면 눈에 띄게 건물이 줄고, 구불구불한 길은 시야를 답답하게 만들고, 거기에 터널도 많아 그야말로 섬뜩한 분위기였다. 그렇게 긴장을 하며 운전을 하는데 갑자기 오줌이 마려웠다. 다행히 얼마 후에는 휴게소가 있으니 거기서 해결하면 된다. 다만 왠지 섬뜩한 느낌 때문에 갈지 말지 고민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휴게소에 들러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볼일 보고 차로 돌아 가던 청년은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게 휴게소 벤치에 앉아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등을 보이고 앉아있었지만 뭔가 느낌이 왔다. 최악이다. 이건 분명히 위험하다. 청년은 그렇게 생각했..
작가 : 귀 큰 개 언제부터 일까. 어린 시절부터? 철이 들었을 때부터? 사람과 접촉하게 된 때부터? 컵 속에서 벌레가 우글 우글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수도꼭지를 틀어도 벌레가 나온다. 케첩을 짤 때도, 신발을 신는 때도, 목욕을 할 때도. 물론 그것은 사람의 얼굴도 마찬가지다. 눈도 코도 입도 귀도 빠짐없이 벌레가 나오고 있다. 이제는 그런 일에 익숙해져 벌레가 보여도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고, 라면, 돈가스 같은 것도 먹을 수 있다. 얼굴에서 벌레가 줄줄 나오고 있는 사람과 대화도 하고, 일도 하고 있다. 단지, 이런 상황 때문에 친한 사람이 없을 뿐이다. 어느 날엔가 한 뉴스가 의학 잡지에 발표되었다. [벌레를 안 보이게 하는 약]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는 많이 있..
저자 : 귀 큰 개 혼자 살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말버릇은 언제나 "너희 아빠가..."였다. 아버지에 대한 의존도가 유난히 강했던 어머니.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가 실종된 후는 조금 이상해지셨다. 약간 치매 증상도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의 방은 쓰레기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개중에는 귀중품이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하나씩 신중하게 확인하면서 쓰레기 봉투를 채워나갔다. 지금은 사라진 오래된 컵라면 용기나 그외 기타등등…... 쓰레기 봉투를 연지 얼마 되지 않아 가득 찼다. 100L 쓰레기 봉투를 몇 장이나 썼는지 모르겠다. 현관에서부터 안쪽으로 정리해나갔고, 이제는 냉장고 앞까지 도착했다. 쓰레기에 문이 막혀있던 냉장고. 언제부터 문이 열리지 않은 것일까. 우선 냉장고는 나중에 처리하기로 하고 방의 나머지 부..
작자: 귀 큰 개(福耳の犬) '신사 경내에 말이야… 어두운 밤에 야쿠자가 되기 위해 자른 손가락을 묻는 거야.' ‘그 손가락은 10월 10일에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손가락 열매가 맺힐 거야.’ '그러면 손가락이 원래대로 되는 거야' 오빠는 빨갛게 물든 수건으로 왼손을 누르고 내게 다정하게 말해줬다. 오빠는 자상하지만 항상 어딘가 멍한 구석이 있었다. 오빠는 야쿠자가 되었지만... 경내에는 작은 흙더미가 몇 개 새로 생겼다. 그래도 나는 그런 오빠가 좋다. 사탕도 주고 주스도 사줬다. 어느 날 오빠는 총에 맞았다. 멍한 구석이 있던 오빠는 습격을 하려다 거꾸로 상대 조직에 당하고 말았다. 손가락보다 훨씬 큰 게 필요해졌다. 나는 오빠가 좋다. 오는 10월10일이면 신사 경내에 오빠머리 열매가 열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