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학교 체육관에는 아무도 없다.
텅 빈 공간은 생각보다 공기가 무겁고, 작은 발소리도 너무 크게 돌아온다.
여기서 뭘 하고 있었는지 생각나지는 않지만 슬슬 나갈 때였다.

시골 학교는 생각보다 넓다.
사람이 적은 탓도 있지만, 부지를 넓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건물 사이에 쓸데없는 공간도 많다.
체육관을 나오면 건물로 삼면이 둘러싸인 넓은 공터가 나온다.
왜 이런 공간이 필요한 걸까.

그나마 여기에는 사람이 좀 있었다.
선생님과 친구들 몇 명.

“선생님, 저기 뭐가 있어요.”

누가 말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모두의 시선이 거기로 향했다.

꽤 먼 곳에.
정말로 뭔가가 있었다.
사람. 혹은 그와 비슷한 무언가가.

“뭐지? 선생님이 보고 올게.”

다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선생님이 대표로 나섰다.

“근데 쌤, 귀신 같은 거 무서워하지 않던가?”
“같이 가볼까?”

몇 명은 그런 선생님과 같이 가려고 했다.

굳이?
별로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가까이 가기는커녕 뭔지 모를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았다.
절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멀리서 지켜보는 동안 선생님과 몇 명의 친구가 그곳으로 갔다.
겨우 말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선생님은 웃고 있었다.

“흐흐… 이거 좀 봐라!”

보고 싶지 않았다.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은데 보고 싶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미 시선은 그쪽을 향하고 있었다.
보라는 말에 홀린 듯이 보고 말았다.

선생님의 옆에 있는 것이 뭔지는 정확히 몰랐다.
사람인지 무엇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것이 점점 크게 보였다.
점점 뚜렷하게 보였다.

분명 사람은 아니었다.

아마도 마네킹인 것 같았다.

그게 다가왔다.

점점 크게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점점 뚜렷해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천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멍하니 있는 사이에 그것이 바로 앞까지 왔다.
딱딱한 질감이 느껴지는 움직임으로 매끈한 표면이 보이는 거리까지 다가왔다.

아무도 그것을 막아주지 않았다.
어느새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사라지고 마네킹만 남았다.

혼자였다.

홀로 걸어와 이쪽을 바라보는 마네킹과 나뿐이었다.



벌써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그 꿈은 잊히지 않았다.
마네킹의 얼굴은 흐릿하게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를 향해 다가오는 그 순간을, 아무도 없이 홀로 마주해야 했던 그 거리를 잊지 못할 것 같다.

넓은 곳을 혼자 걸을 때 멀리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시선.

지금도 그 시선이 따라다니는 것은 아닌지.
쫓아오는 것은 아니지.

그 무거운 공포는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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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luvU_YenA_ 님의 악몽을 가공하여 괴담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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