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초여름의 초저녁.
아직은 아주 뜨겁지 않아 창문을 열어두기만 해도 제법 선선했다.
바람이 조금 부는 밖의 풍경은...... 글쎄... 조금은 평소와 다른 느낌이다.
제법 높은 층 아파트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여름이라 그런 건지 이렇게 밖을 내다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하다.

왜 이렇게 밖의 모습에 집중하는지, 왜 이 풍경을 어머니와 함께 보고 있는지, 왜 함께 술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술기운이 오른 것일까? 확실히 그런 거 같다.
원근이 무너지고, 경계선이 흐트러지는 듯한 풍경에 손을 내밀면 푹하고 손이 파고들 것 같다.

어머니의 모습이 어느 순간 안 보였다.
어디로 가신 것일까 싶었는데 술병을 가지고 오시는 것이 보였다.
아마 술이 좀 부족하셨나 보다.

투명하고 큰 위스키 병. 우리 집에 저런 술이 있었던가.
술병 너머 보이는 집안의 모습이 묘하게 일그러져 있다.

"어디 이 술병은...... 저 밖에서 따볼까?"

"네? 그게 무슨 말이세요? 나가서 마신다고요?"

"아니 밖에서 딴다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서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에 어머니는 밖으로 나가셨다.

웃는 얼굴로.

기분 좋게.

창밖으로.

창틀을 넘어서.

허공을 향해.

"어, 엄마?!"

놀라서 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어머니의 몸은 속절없이 무너지는 풍경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술을 따야지~."

멀어지는 목소리는 작은 바람 소리에 뒤섞여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멀어지는 목소리만큼 풍경에 뭉개져 녹아드는 모습도 잘 보이지 않았다.

"으어... 아, 아빠?! 엄마가!"

정신없이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같은 방에 계셨지? 그럼 분명 보셨을 거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응은 냉담할 뿐.

"그냥 술 따러 간 거잖아."

그런 걸까? 별거 아닌 걸까? 그럴 수 있나?
어질어질한 기분으로 남은 술을 따랐다.
연거푸 술을 들이켜며 술병을 비우고, 평소 피지도 않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
어, 담배가 이런 거였나?
아, 전화...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자.

"여보세요? 엄마? 괜찮아?"

"무슨 일이니?"

기분 좋은 목소리.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웃는 얼굴로.

술기운 때문인지 그 모습이, 모든 것이 일그러져 보였다.




트위터 @Day5InWorld님의 악몽을 수집, 가공하여 박제했습니다.

반응형
donaricano-btn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