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나는 겉도는 아이다. 반 친구들과 잘 섞이지 못하고, 내가 피하든 상대가 피하든 혼자일 때가 많은 아이다.

아마 내가 피하는 것보다는 다른 애들이 피할 때가 많을 거다. 초등학생이라도 그 정도는 안다. 나는 섞이기 힘든 아이고, 저 친구들은 내가 잘 모르는 아이들이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든 아이들. 그래서 조금 무서운 것도 같다.

어느 날 한 아이의 집에서 큰 파티를 연다고 한다. 왜 거기에 끼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가지 않을 이유도 딱히 없어서......가 이유라면 이유겠지.

장소는 큰 강당 같은 파티장.

넓고 큰 강당에 넓고 큰 장식과 넓고 큰 테이블...... 너무 크게 느껴지는 그것들은 마치 하나의 미로 같아 보였다.

그래서 이 파티장은 초등학생들이 놀기에는 너무 크지 않을까 했는데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다들 그 사이를 뛰어다니며 까치발을 들고 음식을 집어먹으며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그 안에서 난 여전히 섞이지 못하고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미로 속을 오가며 뛰었고, 나는...... 구석의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야! 얘 어디 갔어?"

"장난하지 말고 나와!"

한 명이 사라졌다는 것 같다. 미진이? 누구? 잘 모르겠다. 하여간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는데 없어졌다고 한다. 너무 잘 숨은 건 아닐까 싶었지만 이제 그만 나오라고 해도 나타나질 않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넓고 큰 미로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사라진 아이를 찾고 있다.

신경 쓸 일은 없는 것 같다.

다시 책을 보고 얼마나 지났을까. 또 한 명이 없어졌다.

"아, 뭐야?!"

"얘들 어디 갔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 미로 같은 곳이니까 어딘가에 비밀통로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몇 명이 애들을 놀라게 하려고 빠져나갔을 지도......

"헉!"

뒤에서 내 팔을 잡는 손에 깜짝 놀랐다. 여기가 어디인지, 뭘 하고 있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두 지워지고,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을 꽉 채웠다.

"이익! 이이익!"

억지로 팔을 비틀고, 몸을 돌려서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벽이 있었다. 내가 기대어 책을 보던 벽이다.

그럼 이 팔은 뭘까?

그 순간 나를 붙잡은 팔이, 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흐, 허억......"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니 막혔던 숨이 마구 나왔다.

꿈이었다.

"하아......"

무슨 이런 꿈이 다 있을까.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잠들었다.

여전히 파티장이다. 어라?

넓고 큰 파티장에...... 넓고 큰 테이블 미로...... 그리고 그 안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내 손에 들린 책.

아이들의 수는 절반 정도로 줄어 있었다. 집에 간 것은 아닌 듯했다. 지금 분위기는 파티도 아니고, 다들 나갈 수만 있다면 언제든 나갈 준비가 된 듯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찾았어?"

"여기도 없어."

"거긴 아까 봤던 데잖아!"

사라진 아이들을 찾는 것 같았지만 누구 하나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사라졌는데 어디에도 남은 게 없었다.

"힉!"

누군가 나를 붙잡았다.

"너 있었구나? 너도 없어졌는 줄 알았는데."

"어? 으응."

"나 진짜 애들이 자꾸 없어지고...... 너도 안 보여서... 흑......"

그나마 친한 친구였다. 애도 여기 있었구나. 일단 같이 움직여야겠다.

책을 덮고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보았다. 사실 굳이 찾아야 하나 싶기도 했다. 아마 다들 찾고 싶은 건 나가는 곳이나...... 사라진 게 아니라는 희망 아닐까.

그러다 혼자 다니는 아이를 발견했다.

"야, 너도 우리랑 같이......"

순식간이었다.

그 아이의 뒤로 손이.

사각에서 팔이 뻗어 나와.

낚아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가 끌려가버렸다.

"어?!"

급하게 뛰어가 보았지만 이미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를 낚아챈 팔도 보이지 않았다.

남은 것은 벽면을 타고 흐르는 흥건한 핏물뿐.

"헉!"

또 꿈이었다.

무슨 꿈이 이렇게 무서운 걸까...... 무슨 꿈이 이렇게 생생할까...... 무슨 꿈이..... 이렇게 안 깰까.

잠들고 싶지 않았다. 다시 잠들면 다시 그 꿈을 꿀 것 같아 무서웠다.

책이라도 보면서...... 해 뜨기를 기다려야겠다.

집중은 잘되지 않지만 그래도 책을 들고 억지로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파티장이었다.

넓고 큰 미로의 파티장.

"으......"

"야, 어디 갔었어? 다들 모여 있어. 빨리 와."

아까 같이 있었던 친구가 와서 테이블 아래로 이끌었다. 아이들은 큰 테이블 아래 모여 있었다.

알 수 없는 실종을 피해 모인 아이들은 모두 울상이었지만 동시에 묘하게 험악한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해."

"맞아. 이상해."

"자꾸 사라지는데 왜 사라지는지는 모르잖아? 분명 범인이 이 사이에 숨어 있는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맞아! 수상한 애가 있어!"

공포 때문일까? 다들 조금씩 흥분하는 것 같더니 분위기는 누군가 한 명을 범인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너지! 너 말고는 없어!"

"나 아니야!"

아마 처음 숨바꼭질을 할 때 술래였던 아이인 것 같았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소리 지르는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런 것 같았다.

"야! 묶어!"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를 밧줄을 가지고 아이들은 술래를 테이블 다리에 묶었다. 엉엉 울며 아니라고 소리를 쳐도 소용없었다. 다수의 힘은 아주 쉽게 한 아이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반장은 라이터를 가져와 불을 붙였다. 망설임도 없고,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울음은 비명이 되고, 아이들의 흥분은 만족이 되었다.

미쳤다...고 생각했다.

"이리 와."

아까 그 친구가 나를 구석으로 데려갔다.

"나 알고 있어."

"어, 어? 뭘?"

"네가 범인이잖아."

무슨 범인을 말하는 걸까? 무슨 말인지 몰라 잠시 바보같이 있었다. 놀리는 건가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 진지하고...... 불안해 보였다.

"아니 난... 그런 게 아니고......"

횡설수설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나도 내가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닌 걸 아니라고 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나도 무섭고, 나도 힘든데......

나도 붙잡혀 갈 뻔했는데. 그런데......

왜 울면서 나에게 뭐라 하는 거야?

"내가 다 봤어... 흑... 네가 그런 거야. 훌쩍...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를 데려가 줘."

"나는......"

"너만 나갈 수 있다고! 흐극... 흐윽...... 여기가 너한텐 꿈이겠지만...... 나한테는 아니란 말이야! 어흐윽... 그러니까 흑... 제발 날 데려가 줘. 네가 침대에 누워 있는 그 방으로 데려가 줘...... 그렇지 않으면 난 곧 죽을 거야......"

뭘까...... 머리가 빙빙 도는 느낌이다. 이해가 잘되지 않고, 어떻게 해줘야 할지도 모르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제발 살려...... 흐익!"

사라졌다. 아니 손이 낚아채갔다. 바로 앞에서. 살려달라고 하고 있었는데......

"아, 안 돼!"

다급하게 사라진 방향으로 따라갔지만 이미 늦었다. 친구가 사라진 곳에는 피가 번져 나가고 있는 벽이 있을 뿐이었다.

"히익......"

구해야겠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있지 않았다. 그저 이 자리를 피하고 싶어 무작정 반대로 뛰었다.

결국 아이들이 모여 있던 곳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아이들은 두 명밖에 남지 않았다.

"너였구나!"

"다 들었어! 결국 다 너 때문이야!"

무섭게 몰아붙이는 그 말에 제대로 변명도 하지 못했다. 아닌데...... 아니라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무서웠다. 어쩌면 그 손보다도 더......

그렇게 생각한 순간 한 아이가 나를 밀쳤다. 손을 내밀어, 낯선 손으로 나를 밀었다.

"윽......"

밀려난 것은 내가 아니었다. 나를 밀친 아이가 밀려났다.

밀려나고, 쓰러져서, 바닥으로 무너져서, 핏자국을 남기며 가라앉았다.

"아......"

붉은 핏물이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내 정신도 그렇게 흩어지는 것 같았다.

"너 때문이야."

아닌데......

"네가 우리를 끌고 와 죽인 거야."

그런 거 모르는데......

"이게 다 네가 원한 거라고!"

소리를 지르는 만큼 최후의 아이는 점차 흐려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비난하고, 욕을 하다...... 사라져버렸다. 이번에는 피 한 방울 남지 않았다.

주변이 일그러져 보였다. 뭘까? 아, 내가 울고 있었구나... 눈물 때문이었구나......

여기가 어딘지,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느새 강당의 문이 나타났지만 기쁘다는 마음조차 생기지 않았다. 그저 기계적으로, 문이 있으니까 나가야지 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이유도 모른 채, 기계적으로 반장이 남긴 라이터를 던졌다.

순식간에 불이 붙고, 타오른다. 넓고 큰 파티장이, 미로가 무너진다. 그 속에서 아이들이, 시체가 타오른다.

...... 아이들?

문은 닫혔다.

아무런 기척이 없는 방문 앞에서.

내가 본 것이 무엇인지.

왜 그런 꿈을 꾼 것인지도 모른 채 멍하니 서있었다.




트위터 @tyndalldust님의 악몽을 수집, 가공하여 박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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