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상태가 안 좋다. 구체적으로 어디가 안 좋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아무래도 정신적 문제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정작 나 역시 어떤 상태인지 혼란스러우니까.

그저 정상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 알 수 있었다.

정신과...... 정신병원을 가야 한다. 아마도 분명......

정신병원으로 알고 도착한 곳은 예상과 조금 다른 곳이었다. 병원이라기보다는 유치원에 더 가까운 모습. 혹시 아동전문인 걸까?

다행히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어찌어찌 물어물어 8층의 직장인 대상 상담실을 안내받을 수 있었다.

"어떻게 오셨나요?"

"어, 상담이 좀 필요해서요."

"어떤 문제가 있으시죠?"

"네? 그건 정확히 모르겠는데......"

"여기는 처음 오시나요?"

"네, 당연히 처음......"

"저를 보는 것도 처음이시군요?"

"네?"

알 수 없는 질문에 대답을 하다 보니 내일 다시 오라는 답변만 들었다. 뭐가 뭔지 모를 일이다.

일단 다시 정신병원을 찾아와 보니 이미 9층이다. 이 건물에서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것은 9층뿐......

하지만 어제는 분명 8층이었는데?

그렇다고 그걸 확인할 수도 없었다. 무섭도록 조용하고 관심을 주지 않는 사람들 속을 지나고 있으니 차마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왜 9층인지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뭐가 됐든 말을 걸면 안 될 것 같았다.

한참을 헤매다 결국 계단을 찾아 8층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8층의 분위기는 9층과 달랐고, 또 어제와도 달랐다. 웃음으로 맞이하며 대하는 태도는 환자를 대하는 의사가 아닌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센터 직원 같았다.

진단도 치료도 아닌 대접을 받고 있으려니 묘하게 주변이 신경 쓰인다.

특히 저 아이들.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인형처럼 있지만, 그렇다고 어떤 의욕도 없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무언가를 바라는 듯한...... 너무 신경 쓰이는 아이들.

모르겠다. 무엇을 바라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그래도 무언가 필요한 게 있다는 것을 어쩐지 알 수 있었다.

이상했다. 아니 정신병원이니까 당연한 건가? 아니 그래서 더 이상하다.

"...... 그래서 이게...... 아, 전화가? 죄송합니다. 잠시......"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의사가 자리를 비우는 순간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스스로도 깜짝 놀랐지만 그다음 순간 든 생각은 어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아이가 따라 나왔다.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재빨리 밖으로 나왔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병원을 찾아온 게 아니다. 정신과를 찾아온 게 아니다.

이 아이들을 찾아온 거다.

아이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여기 온 거다.

소리를 낼 수 없어 얼른 나오라고 다급하게 손짓하니 가만히 있던 아이들도 재빨리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달리 갈 곳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층은 물론이고 이곳을 조금만 벗어나도 의사든, 경비든 우리를 붙잡을 사람은 많다.

결국 한참을 가서 바로 옆방으로 숨어들었다.

바로 옆방인데 왜 이리 멀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길이 하나가 아니었던가? 오르막이 있었나? 누가 길을 막았나? 미로가 있었나?

모르겠다. 어쩌면 그것들 전부였는지도 모른다.

다행히 이방에는 창문이 있었다. 짐에 막혀 있어서 그렇지 외부로 통하는 길이 있는 것이다.

"일단 짐은 이쪽으로 치우자."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짐들을 치우자 사람이 충분히 나갈 수 있는 창문이 드러났다.

"한 명씩......"

알 수 없는 짐들은 마침 아이들의 것이었다. 다들 창문으로 도망치면 그 후에 짐을 던져주기로 했다.

이곳이 8층이라는 사실은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아니 중요하기 느껴지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하나 둘 잘도 창문으로 뛰어나갔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분명히 다들 탈출하고 있어.

"이거 혼자 다 옮기려면 힘들겠어?"

마지막으로 남은 아이가 비아냥거렸다. 왜 얼른 안 가고 이러고 있는 걸까?

왜 저러고만 있지? 빨리 가야 하는데...... 이 아이는 느릿느릿 움직이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여기 네 짐이라도 옆에 챙겨놔. 안 그러면 안 도와줄 거야."

괜히 화가 나서 한 말에 아이는 깜짝 놀라 자기 짐을 챙겼다. 빨간 가방이 허공을 난다.

아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빨리 도망쳐야 한다. 아이들을 빼돌린 것을 들키면 나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죽거나......

어쩐지 화장실을 가고 싶어졌다.

화장실. 화장실을 가야 한다!

"그... 고마워!"

뒤늦은 패닉에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에 아이는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창문 밖으로 사라졌다.

"......"

아차,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생각도 못 한 말에 잠시 멍했지만 어서 도망쳐야 한다. 창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 저기는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다시 방 밖으로 나와 정신없이 달려 계단을 찾았다. 아이들은 구했으니 이제 다 해결되었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런데......

너무 쉬운데? 설마 이 병원이 그 정도로 쉽게 아이들을 놓아줄까?

의문과 동시에 계단의 끝에 도달했다.

병원도, 아이들도 없는 내 방이었다.




트위터 @sim_batta님의 악몽을 수집하여 가공, 박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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