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오늘은 다른 학교 친구를 보러 그 학교로 놀러 갔다. 자주 볼 수 있는 친구는 아니라 그런지 아니면 다른 학교가 낯설어서 그런지 조금 이상한 기분이다.

음, 전자보다는 후자의 이유가 더 맞는 것 같다. 그 학교는 멋있는 걸로 꽤 유명하니까.

통유리로 된 외관에 한 번 놀라고, 박물관 같은 내부 인테리어에 또 한 번 놀라고, 전시회처럼 걸린 그림들이 너무 멋져서 또 놀랐다. 정말 유명할만한 학교다.

"야, 저기도 뭐 있다!"

"뭐야? 와! 이건 어떻게 그린 거지?"

여고생들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게 가능한 장소만큼 멋진 게 또 있을까. 한참을 꺄꺄 소리를 지르며 뛰었더니 결국 친구가 한 마디 했다.

"야! 니들은 나 보러 온 거냐? 학교 놀러 온 거냐?"

"당연히 너네 학교 놀러 왔지!"

"야 이 씨!"

사실 계속 남의 학교 돌아다니기도 조금 민망해지던 참이다. 슬슬 나가서 놀고 싶어질 참이었다.

"나가서 뭐하지?"

"저기 방탈출 새로 생겼는데 가볼까?"

"무서운 거 아니야? 나 무서운 건 싫은데."

무서운 걸 싫어하는 친구도 있지만 오히려 그러면 더 가고 싶어지는 심리는 뭘까. 결국 울상인 친구를 놀리면서 다 같이 방탈출로 향했다.

"5명이요."

그러고 보니 우리 5명이나 되는구나.

"네. 장소는 여기고요. 규칙은......"

솔직히 규칙은 잘 모르겠다. 탈출보다는 재밌어 보여서 온 거고 규칙을 안다고 해서 잘 풀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우아......"

그렇게 신나게 왔는데 방탈출에 입장하자마자 다들 조용해졌다.

붉은 조명이 비치는 가정집. 침실이 있고, 거실이 있고, 작은방이 있고 있고, 화살실이 있고...... 포근해 보이는 침대, 소파와 쿠션, 인형들......

조금 이질적인 배치와 분위기 때문일까? 울렁이는 듯한 벽지 때문일까. 분명 일반 가정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들인데도 섬뜩한 느낌이다.

"여기서 시간 내에 나가시면 됩니다. 탈출은 혼자 할 수도 있고 못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직원은 밖으로 나갔다.

"좀... 무섭다?"

"난 무서운 거 싫다니까..... 얼른 나가자."

"야야, 일단 아무거나 찾아봐."

방탈출을 끝까지 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안 해본 건 아니라서 단서부터 찾기로 했다. 원래 지금은 깔깔거리며 분위기를 띄우는 타이밍이지만 붉은 조명에 압도된 것인지 어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에 초조하기만 했다.

거실의 물건들을 들어다 놓고, 쇼파의 쿠션을 흔들어보고 실망했다. 화장실의 물을 내려보고, 욕조의 물을 틀어보고 실제로 물이 나와서 놀랐다. 작은방에는 여러 종류의 인형들은 하나하나 눈을 마주쳐가며 살펴보기도 했다.

결국 마지막인 침실까지 왔을 때는 다들 조금 울상이 되었다.

"뭐지? 왜 아무것도 없지?"

"아, 짜증 나네. 이거 힌트 없어?"

"힌트 없다고 한 거 같은데?"

"너무 아무것도 없는 거 아니야?"

다들 초조함에 짜증이 났다.

"아, 몰라."

한 명이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덮었다.

"뭐 하는 거야?"

"아, 모른다고! 나 빼고 해!"

화가 났지만 일단은 참았다. 여기서 화내기 시작하면 정말 시간이 다 될 때까지 서로 욕만 하고 있을 거 같았다.

"아! 나 작은방에서 뭐 본 거 같아. 잠깐만 있어봐."

또 한 명이 갑자기 생각난 게 있다고 뛰어나갔다.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뭔가 단서가 나온 건가 싶어서 조금 기대하고 기다렸다.

5분 정도가 지났을까.

"뭐야? 왜 안 와?"

"장난치려고 숨은 거 아니야?"

다들 불안에 정신이 나갈 거 같은 분위기였다.

"작은방이라고 했지?"

"가서 데려오자."

다 같이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침대에 누운 친구가 그새 잠들어버렸다.

"미쳤나 봐. 이 상황에 잠이 오나?"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져 결국 3명이 작은방으로 갔다.

"야, 뭐해?"

"어?"

"꺄악!"

"꺅! 뭐야?!"

작은방에 들어섰을 때 놀란 것은 안에 아무도 없어서였다. 그다음에 놀란 것은 작은방에 갔던 친구가 인형들 사이에 숨어서 이쪽을 보고 있어서였다.

"뭐 하는 거야?!"

"재미있냐? 이 상황에 장난이 치고 싶냐?"

"흐앙, 하지 마. 나 진짜 무섭단 말이야."

한바탕 욕을 하고 나니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형 속에 있는 친구가 아무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를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텅 빈 눈동자였다.

"저, 저기...... 괜찮아?"

살짝 건드리는 순간 친구는 스르륵 쓰러졌다. 이리저리 꺾이며 무너지듯 쓰러졌다.

"꺄아아악!"

누가 먼저랄 것이 비명이 울린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 역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손에 닿았던...... 그 차갑고 뻣뻣한 질감이 아직도 느껴진다.

죽었다. 죽어? 그래 죽었다. 왜지? 방탈출인데...... 게임인데...... 죽었다.

벌벌 떨며, 기며 우리는 작은방을 빠져나왔다.

힘이 없어 서로 붙잡고 늘어지기도 하고, 그러다 함께 나뒹굴며......

눈물에 범벅이 된 얼굴로 느릿느릿 뛰었다.

"야! 일어나!"

침실에 오자마자 자던 친구를 깨웠다.

"어서 일어나! 일어나라고!"

상황을 설명할 시간도 없어 일단 소리치고, 흔들기부터 했다.

"일어...... 일어...... 어......."

자고 있던 친구가 힘없이 흔들리고 있다.

이리저리.

목관절이 없는 것처럼.

반쯤 벌어진 눈꺼풀 사이로 물기 없는 눈동자가 보이고, 마른 혀가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와 있었다.

"아아악! 아악!"

누구의 비명인지도 모르겠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이 빙빙 돌고, 윙윙 울렸다.

"으아앙! 싫어!"

한 친구는 주저앉고, 한 친구는 다시 침실 밖으로 나갔다.

철컥하고 문이 잠기는 소리. 화장실 쪽이다.

"흐으......"

몸이 떨려서 걷기가 힘들다. 어서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데 왜 이렇게 다리가 마음대로 안 움직이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빨리 도망가고 싶어서, 탈출하고 싶어서 주저앉아 있던 친구를 챙겨 화장실로 갔다.

"야! 문 열어!"

크게 소리 질렀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지 크지 않은, 억눌린 쉰 목소리만 나왔다. 목이 까끌까끌하다.

"같이 도망치자! 문 열어!"

문을 쿵쿵 두드렸지만 반응은 없었다. 대답도,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야? 왜 그래? 대답 좀......"

무심결에 손잡이들 잡으니 찰칵하고 문이 열렸다. 처음부터 잠겨 있지 않았었나? 그럼 그 문 거는 소리는 뭐였지?

문이 열린 것이 불안했다. 왜 열린 건지 영문을 몰라 무서웠다.

" 괜찮, 괜찮아? 응?"

살짝 건드렸는데도 화장실 문은 벌컥 열렸다. 알 수 없는 두러움을 참고 안을 들여다보니...... 친구가 없었다.

"어... 어어......"

사고가 마비된다. 분명 들어갔는데...... 왜 없을까? 다른 곳은 생각나지 않는다. 분명 들어갔는데......

아니 거기 있었다.

"......"

욕조 속에.

가득 담긴 물속에.

두 눈을 부릅뜬 채 가라앉아 있었다.

"으...... 아우... 으윽......"

눈앞이 흐려진다. 이거 눈물인가? 울고 있는 건가? 울고 있구나. 도망쳐야 하는데. 밖에 있는 친구에게 나가자고 말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무언가 말이 되지 못한 소리만 자꾸 나온다.

뛰었다. 아닌가? 모르겠다. 잘 보이지 않고, 숨도 잘 안 쉬어진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일단 뛰었다.

현관이 이렇게 멀었나? 거실의 풍경이 느릿느릿 지나간다.

거실을 한참 지난 거 같은데 좁은 복도를 지나기가 이렇게 힘들었나? 싶으니 현관 옆이다.

찰칵하고 문이 열렸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살았다는 생각이 앞서고, 하나 남은 친구를 부르기 위해 돌아서니.

친구는 포근한 쇼파에 앉아.

텅 빈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고개가 옆으로 꺾인 채.



"흐극......"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천장.

낯익은 벽지의 천장.

탈출한 건가? 방에서? 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울렁거리는 듯한 벽지...... 무서운 인형들...... 포근해 보이는 침대, 쿠션...... 그리고 거기에 남겨진......

그건...... 다 누구였지?




트위터 @justice1211111님의 악몽을 수집하여 가공, 박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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