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선임 A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그날 A 선임은 야간 근무를 위해 산꼭대기 초소로 이동 중이었습니다. 꽤나 험한 산이고 초소까지 가는 산길은 외길이라 밤에는 제법 으스스한 분위기입니다. 거기에 올라가다 보면 초입쯤에 이제 사용하지 않는 버려진 초소가 하나 더 있어서 괜히 더 무서운 분위기를 만듭니다. 6.25 때 쓰는 초소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폐가와 다르지 않은 곳입니다.
그날도 묘하게 꺼림칙한 분위기에 A 선임은 서둘러 산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A 선임은 산 위 초소에 가서 B 선임과 교대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B 선임은 내려가서 복귀를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엉뚱하게 초입에 있는 버려진 초소에서 B 선임이 부르는 소리가 나는 겁니다.
"야, A!"
"일병 A!"
A 선임은 깜짝 놀랐지만 일단 반사적으로 관등성명을 댔습니다. 가끔 있습니다. 아직 교대자가 오지 않았는데 미리 내려오는 고참들. 원래 안 되는 일이지만 안 걸리면 된다는 식이죠.
"A!"
"일병 A!"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B 선임의 목소리를 알게 된 A 선임은 놀란 심장을 진정시키며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B 선임은 부르기만 할 뿐 다른 말이 없었습니다.
"A!"
"아, 왜 그러십니까? 올라가 있을 테니까 복귀하십시오."
몇 번이나 반복해서 부르는 소리에 A 선임은 화가 나서 무시하고 위로 올라갔습니다. 어차피 B 선임도 얼른 내려가고 싶어서 미리 내려온 것일 테니 얼른 가버리라고 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산 위 초소에 올라가 보니.
거기에는 B 선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이 부대에서는 한밤중에 판초 우의를 입고 연병장에 집결해 있는 정체불명의 병사들이 목격되거나 초소 산길을 타고 오르는 병사들이 목격되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