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라고 것도 없이 우리는 좀비들을 피해 도망 다니고 있었다.
이 미친 상황은 다른 생각도 할 수 없이, 일단 도망치고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게 만든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썩어가는 인간들 이빨을 드러내며 다가오고 있다.
코가 썩을 것 같은 냄새는 익숙해지지도, 적응되지도 않은 채 이미 내가 좀비가 된 것은 아닌가 착각하게 만든다.

"젠장! 이쪽으로!"

"어디로 간다는 거야?!"

"몰라! 일단 저 새끼들이 적은 쪽으로!"

어디로 가는 건지도,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그저 뛰고, 피하고, 굴렀다.
주변에서 고함과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우는소리, 비명, 무언가 부서지는...... 물기 많은 무언가가 터지고, 깨지는 소리......
숨이 막힌다. 난 이미 죽은 것 아닐까? 시체가 되어 끌려가고 있는 거 아닐까?

"이, 이거 뭐야?! 이 개......"

물렸다. 저 사람 물렸다. 함께 이동하던 사람 중 물린 사람이 나왔다.
끝인가? 다 끝나는 건가?
그래도 아직 모른다.
면역이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감염이 안 됐을 수도 있다.
다들 두려웠지만, 그래서 거리를 두었지만, 일단은 함께 이동했다.

썩어가는 인간들이 다가온다.
굴러떨어질 듯한 눈으로 이쪽을 보며 입술이 뭉게져 잇몸이 훤히 보이는 입을 벌리고.
결코 빠르다 할 수 없지만 끊임없이 다가온다.
그리고 아까 물린 사람에게도 조금씩 좀비가 다가오고 있었다.

"크윽, 젠장... 어지러워. 우엑 웩......"

핏물을 토하며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우리를 보다 좀비를 보다...... 다시 도망치다...... 욕을 하고 주저앉았다가....... 소리를 지르고...... 우리를 보다...... 피를 토하고...... 좀비를 보다......

결국 무슨 생각인지 부들부들 떠는 몸을 이끌고 좀비들에게 다가갔다.

도망치던 우리가 멈춰서 고, 어째서인지 쫓아오던 좀비들도 멈춰 섰다.

"헤, 헤헤... 이봐. 우리... 이제 친구잖아? 그렇지?"

좀비들은 덤벼들지 않았다.
그 사람에게 붙어서 여기저기 더듬으며 냄새를 맡는 건지 살펴보는 듯했다.

그리고.

"끄아악!"

손을 물렸다.

"아악!"

팔을 물렸다.

"왜!"

다리를 물렸다.

"이익! 히이익!"

몇 개의 손가락이 없는 손으로 허공을 휘저으니 사방으로 빨간 피가 흩뿌려진다.

우리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키히익! 히익!"

좀비들의 울음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인간의 울음만 지독하게 귀에 울렸다.

한 좀비가 그 사람의 얼굴을 더듬고, 이곳저곳 살펴보았다.

한입씩 베어 물고 식사에 집중하는 녀석들과 다르게 흘러내릴 듯한 눈알을 굴리며 그 사람의 눈을 들여다봤다.

"으윽...... 흐윽......"

빤히 들여가보던 좀비는 끊어질 듯 떨어질 듯 불안한 턱을 벌려.

그 사람의 얼굴을 크게 베어 물었다.

"아가아아악! 아각! 꺄아악!"

그제야 우리는 도망쳤다.

그 사람을 버리고 도망쳤다.

뭐든 다 던지고 도망쳤다.

다행히 멀쩡한 차가 하나 있어 다 같이 도망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달렸을까?

도로가 끊겨 있었다.

우리는 아직 탈출하지 못했다.



트위터 @dahongduegi_님이 제보해주신 악몽을 가공하여 박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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