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열리는 문 집이 많이 낡아서 그런지 바람이 많이 비바람미 불 때마다 집 문이 천천히 열린다. 그럴 때마다 빨리 이사를 가야겠다고 한숨만 쉬었는데 어느 날 비가 많이 내리면 내릴수록 문이 더 활짝 열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왜 그런지 궁금해서 비가 오는 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몇 번이나 비가 오기 전부터 기다려도 딱히 이상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매번 발자국을 닦는 것만 귀찮았을 뿐이다. 유리병 속의 메시지 바닷가에서 유리병에 담긴 메시지를 찾았다. 메시지에는 "이걸 발견하면 아무것도 하지 마. 그냥 다시 물로 돌려보내."라고 적혀 있었다. 좀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서 별생각 없이 유리병을 다시 막고 바다로 던졌다. 그때부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먼저, 집의 문이 자동으로 잠겨서 열리는 일..
공터의 의자 내가 종종 걸어 다니는 길 가에 뭔가 만들다 만 공터가 있다. 그곳에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오래된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어느 날 그 의자에 한 번 앉아볼까 하다가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의자는 따로 주인이 있었다. 그리고 안기 위해 가져다 둔 것이 아니었다. 장롱 서랍 이사 후 새로 구입한 옷장에는 작은 서랍 하나가 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지만 그 서랍을 열면 가끔 무언가 작은 물건이 하나씩 들어있다. 그것들은 내가 넣어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전에 살 집에서 잃어버린 것들과 묘하게 비슷한 것들이었다. 이웃의 대화 새로 이사한 집은 벽이 얇아 옆 방의 대화가 제법 잘 들린다.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괜히 이런 걸로 싸우고 싶지 않아서 옆집에 따로 항의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
커피숍의 손님 자주 가는 커피숍에는 늘 같은 자리에 앉는 남자가 있다. 그는 항상 한 잔의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노트북을 켠다. 하지만 그의 노트북 화면은 언제나 하얀색 빈 페이지만 보인다. 어느 날 그의 노트북 화면에 뭔가 적혀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거기에는 "항상 나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지하철역의 대화 지하철역에서 늘 같은 시간에 만나는 두 사람이 있다. 그들은 매일 대화를 나누지만 거리가 있어서인지 그 내용은 절대로 알 수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대화를 집중해서 듣다가, "내일로 정했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다음날 그 지하철역이 테러로 폐쇄됐다. 라이브러리의 책 도서관에서 자주 빌리는 책이 있었다. 그 책에는 누군가가 쓴 메모가 끼워져 있었다. 누군가 그 책을 다이어르 대신..
이웃집 정원 이웃집의 정원은 항상 화려하고 아름답다. 언제나 꽃과 나무들이 계절에 상관없이 만개한다. 어느 날, 정원에 새로운 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 꽃은 주변의 모든 꽃보다 더 빠르게 자라고, 더 돋보였다. 그리고 그 꽃이 필 때면 꼭 이사 가는 이웃이 있었다. 풀린 신발끈 지하철역에서 마주친 어떤 남자의 신발끈이 풀려 있다. 몇몇 사람들이 그에게 신발끈을 묶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는 웃으며 그냥 가버렸다. 그 남자의 태도에 사람들은 약간 불안해졌지만 이유를 모르는 채 그냥 지나쳤다. 문 닫힌 가게 지나가다가 마음에 드는 가게를 발견했다. 그 가게는 언제나 문을 열어 놓고 있었지만 어쩐지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가게의 문이 닫혀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
남겨진 편지 오래된 서점에서 발견된 먼지투성이의 편지. 거기에는 "제발, 찾아 오지 마세요." 라고 적혀있었다. 아마도 편지는 서점의 주인이 쓴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서점이 폐업한지 벌써 50년은 되었다. 집 안의 그림자 새로 이사 온 집에는 모든 창문에 블라인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그 다음 날부터는 이상하게 블라인드 사이로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어느날 창문을 열어보니 그곳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창고의 오래된 박스 작은 마을의 창고에는 오래된 박스 하나가 방치되어 있었다. 그 박스가 언제부터 있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고, 열어봤다는 사람도 없었다. 어느 날, 호기심에 그 박스를 열어본 아이는 박스 안에 있는 수많은 사진들을 발견했다. 모든 사진에는 그 마을 사람들이 찍혀 있었는데, 그들의 눈은 모두 검게 가려져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사진도 마지막에 있었다. 풀밭의 꽃 마을 근처의 풀밭에서는 매년 봄마다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이 항상 같은 자리에서 피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꽃을 보러 다녔지만, 꽃을 따가는 사람은 없었다. 어느 날 어린 소녀가 그 꽃을 따가려다 발 아래 뭔가에 걸려 넘어졌다. 소녀는 그곳에서 작은 손목 뼈와 그 꽃의 뿌리가 깊게 연결된 것을 발견했다. 뮤직박스 빈집에서 발견된..
닫힌 문의 비밀 오래된 저택에 새로 이사온 가족은 2층 복도 끝에 굳게 잠겨있는 문을 발견했다. 중개인은 그 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며 그냥 놔두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 문 앞에 놓인 오래된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편지에는 "문을 열지 마세요. 그대로 두세요." 라고만 적혀 있었다. 공원의 그림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원에는 큰 나무 아래 벤치가 하나 있었다. 이 벤치에는 항상 나이 든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이 그 벤치에 앉아서 놀다가 그 벤치 아래에 수많은 아이들의 신발이 묻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노래방이 정말 가고 싶었어. 나 혼자 말고 친구랑 말이야. 아, 순서가 바뀌었네. 그 친구를 노래방에 데려가고 싶었어. 그냥 두기만 해도 빛이 나는 친구지만 이 친구가 노래를 부를 때문 정말 멋있단 말이야. 여자들이랑 함께 노래방을 가면 다들 뻑 간다고. 몇 번 그러고 나니까 꼭 한 번은 둘이서 가보고 싶었어. 근데 요즘은 다 무선 마이크에 시설도 너무 첨단이야. 그래서는 안 되지.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곳이 아니야. 난 좀 옛날 노래방을 가고 싶어. 그래서 여기저기 한참을 발품을 팔아 겨우겨우 옛날 노래방을 찾았어. 낡은 기계, 낡은 스피커, 낡은 마이크! 특히 이 좀 소리가 새는 듯한 마이크가 중요해! 이제 친구를 데려와야겠지? 함께 술도 조금 마시고. 노래나 좀 들려달라고 꼬셔서 노래방으로 왔어. ..
어릴 적, 동생이 너무 시끄럽게 울어서 죽이고 그 시체는 우물에 버렸다. 다음 날 가보니 시체는 사라져 있었다. 5년 후, 친구와 사소한 다툼 끝에 죽여버리고 말았다. 우물에 버리고, 다음 날 가보니 시체는 사라져 있었다. 10년 후, 술김에 임신 시킨 여자를 죽였다. 우물에 버리고, 다음 날 가보니 시체는 사라져 있었다. 15년 후, 마음에 안 드는 상사를 죽였다. 우물에 버리고, 다음 날 가보니 시체는 사라져 있었다. 20년 후, 병들고 늙은 어머니가 너무 귀찮아져서 죽였다. 우물에 버리고, 다음 날 가보니 시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시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곧 발인이니까 가만히 좀 있어!"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지루해서 친척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는데 엄마에게 혼났다. 친척들은 몇 번 본 적이 있는 아이도 있고, 처음 보는 아이도 있었는데, 혼이 나서 모두 표정이 안 좋았다. 다들 뚱하게 있으려니까 버스가 왔다. "우리는 형제만 10명이 넘는 대가족이니까 버스로 화장터까지 가는 거야." 엄마가 말했지만 또 혼날까 봐 말없이 버스에 탔다. 그런데 아직 버스에 타지 않은 아줌마가 있었다. 당황한 얼굴로 누군가를 부르며 다른 곳으로 갔다. 하지만 버스는 기다리지 않고 출발해버렸다. 장례식이라는 건 원래 이런 건가?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화를 냈으면서 어른들은 오히려 더 소란이다. 왜 할아버지 장례식인데 경찰이 온 걸까. 왜 우리한테 자꾸 이것저것 물어..
주변에서 조금 유명한 고등학교가 하나 있다. 2년에 1명 정도는 자살자가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 학교였다. 이 학교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교사가 말하기로는, "왕따 같은 이유가 아니라 단지 '살아가는 의미를 모르겠다'고 뛰어내리는 애들이 많아." 라고 했다. 다른 교사들도 입학 초에는, "후관 3층에 사물함으로 막아놓은 곳은 넘어가지 마라. 그 안쪽에 있는 문은 옥상으로 통하는 문인데 자살자가 자꾸 나와서 폐쇄해놓은 상태다. 절대로 그쪽은 가지 마라." 라고 강조했다. 어쩌지 위협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후관이 아니라 전관에서 자살자가 나왔다. 이쪽 옥상은 개방되어 있었고,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이 학생은 한밤중에 한교에 잠입하여 아무도 없을 때 옥상에서 투신했다고 한다. 시체는 다음날 아..
갑자기 선배가 말을 걸어왔다.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 무서운 건 딱 질색이기에 급하게 "아니요. 괜찮아요."라고 했지만, 이미 이야기는 시작됐다. "얼마 전에 저 앞에 역에서 사고가 있었잖아." 이렇게 시작한 선배의 말에 따르면 3일 전에 사고를 눈앞에서 목격한 것 같다. 젊은 여자가 술에 취했는지 비틀비틀 선로 쪽으로 다가가고 그대로 추락한 것. 그때 옆에 있던 남자가 떨어지려는 여자의 팔을 잡았지만, 이러다 자신도 떨어질 거라 생각했는지 손을 놔버렸고, 결국 여자는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아, 정말 싫다. 왜 이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는 걸까? 선배는 웃으며 "놓치고 싶지 않았었거든."이라고 말했다. 잘도 웃으면 말하네. "그런 이야기보다 선배가 더 무서워요."
큰 정육점에는 고기를 파는 곳뿐만이 아니라 가공, 포장까지 하는 곳이 함께 있는 곳이 간혹 있다. 카트에 팩 포장된 고기나 생선을 실어서 출입하기 때문에 안까지 본 적은 없지만 그 안에도 일하는 사람이 있겠지. 얼마 전에 근처 슈퍼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데 정육점 문 앞에 2, 3명의 당황한 점원이 나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죠?" "전부야.... 오늘 전부!" 무언가 심상치 않은 대화를 하면서 매장의 고기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뉴스에서 저품질 고기니 원산지를 속인 고기니 하는 얘기가 많던데 그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구경하고 있으려니 구급차가 한 대 왔다. 한 점원이 구급 대원에서 뭔가를 설명하자 뒷문으로 돌아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식중독 환자라도 나올 걸까?
형은 심한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 항상 반짝반짝 청소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어느 쪽인가 하며 반대다. 쓰레기가 있든 어질러져 있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집에 살지만 서로 좀 어색하다. 어느 날, 화가 치민 형이 마침내 폭발했다. "적당히 좀 해야지! 매일매일 방을 더럽히기만 하고! 청소는 항상 내가 해주니까 편하지? 어차피 청소는 저절로 되니까 일부러 어지르는 건가? 이제 너 같이 더러운 놈은 질렸어! 그렇게 말하고 나가 버렸다. 굉장히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뭐야 그렇게까지 말하고......" 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나도 조금은 반성을 하고 있다. "이제 조금씩이라도 정리 정돈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결심하고 일단 지금 지저분한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