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16살 때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가 부러져 몇 개월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입원한 병실은 4인실인데 거기에는 또래의 여자가 3명이 입원해 있었습니다.

1인실이 아닌 것에 실망했지만 비슷한 나이의 환자들이 있어서 나름 즐거운 입원 생활을 보냈습니다.


2주 정도가 지났을 무렵, 같은 병원의 A와 B가 퇴원했습니다.

그 때문에 저와 C는 창가의 침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C와 함께 뭔가 좀 쓸쓸해졌다는 얘기를 하다 잠들었는데, 밤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 깨버렸습니다.


어디선가 무언가 딱딱한 물체를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혹시 C가 무언가 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침대 칸막이 커튼을 열어봤지만 분명 자고 있었습니다.

이상했지만 나도 굉장히 졸렸기 때문에 그대로 잠들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같은 시간마다 같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시간은 매일 밤 3시. 몇 번을 확인해도 소리의 출처는 알 수 없었습니다.

창문 쪽에서 나는 소리인가 싶어서 창문에 다가가면 소리를 갑자기 멈춥니다.

C도 혹시 들었냐고 물어보았지만 전혀 들은 적이 없다고 하여 괜히 더 신경 쓰이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밤.

언제나처럼 그 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서둘러 창문 쪽으로 가서 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위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누군가 옥상에서 뛰어내린 건가 싶어서 당직 간호사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간호사에게 본 것을 설명했더니 창백한 얼굴로,


“악몽을 꾼 게 아닐까요? 이렇게 늦게 나와 있으면 몸에 안 좋으니 얼른 병실로 돌아가세요.”


라면서 중간에 이야기를 끊고 쫓아냈습니다.

악몽이나 헛것을 본 거라고 했지만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같은 그림자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것은 분명 귀신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는데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평소처럼 잠이 들었다가 그 소리에 깨어났습니다.

언제나처럼 그림자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평소와는 달리 이번에는 그림자가 떨어진 후 ‘쿵’하는 둔한 소리가 났습니다.


“어?!”


황급히 창문을 열고 아래를 보는 순간 쑥하고 뭔가 팔을 잡아당겼습니다.

깜짝 놀라 내려다보니 까만 긴 머리로 얼굴을 숨긴 여자가 내 손을 덥썩 잡고 끌어당기고 있었습니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입이 이상하게 크고 귀까지 찢어져 침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에 소리를 질렀습니다.

병실이 5층이었기 때문에 떨어지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저항했습니다.

그러나 상대의 힘이 너무 강해서 ‘더 이상은 못 버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창밖을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 나를 붙잡았습니다.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C가 굳은 얼굴로 있었습니다.


최근 내가 매일 밤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면서 창문 쪽을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상했지만 무서워서 못 본 척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가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고 하는 것을 보고 위험하다는 생각에 도와준 것이었습니다.


알 수 없는 여자에게 붙잡혔던 팔을 보니 손가락 자국이 보라색 멍으로 남아있고, 손톱에 긁힌 상처도 있었습니다.


당직 간호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방을 바꿔달라고 했을 때 들은 이야기지만, 이 병원에는 예전부터 떨어지는 그림자에 대한 소문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나쁜 소문이 나지 않도록 모두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혹시 옛날에 무슨 일이 있었을 지도 모르니까 함부로 얘기하고 다니지 말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 병원의 모든 병실 창문에 낙하 방지 창살이 설치되었습니다.


그 검은 그림자. 그 섬뜩한 여자는 무엇이었을까……

아마 그 간호사는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들을 용기가 없어서 퇴원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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