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부루불라의 정체가 정확히 무엇이라고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그것은 요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의지가 없고, 현상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저 자연 현상이라고 넘기기에는 괴이로써의 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이것이 의지를 가진 요괴인지 아니면 그저 기이한 현상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요괴는 인간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얻기 때문에 인간 근처에 머문다. 하지만 부루불라는 인간이 있든 없는 발생한 자리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때문에 부루불라를 단순히 현상이라고 하는 견해가 있는 것이다.

부루불라가 발생하는 원리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날카로운 것에 긁힌 벽에 흠집이 남듯이 공기에 생긴 상처 같은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드물게 주변의 소리와 공기가 뭉쳐지는 장소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상처가 생기면 부루불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부루불라는 아무런 힘도, 악의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은 뭉쳐진 공기에서 아무 의미도 없이 처음 새겨진 말소리가 흘러나올 뿐이기 때문이다. 의미 없이 말을 중얼거리는 공기덩어리. 그것이 부루불라다.

그렇다고 이것이 괴이로서의 존재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공기가 뭉쳐져 생긴 묘한 질감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뭔가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말소리는 누군가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심는다.

자세히 들어보면 분명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이런저런 말이 섞인 엉터리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주변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습성이 있는 존재라서 그런지 그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자신에 대한 험담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런 착각에 사로잡히면 불안과 공포가 생겨나고, 이 부정한 에너지가 부루불라를 끌어들인다. 부루불라가 딱히 의지를 가지고 달라붙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지만 감정의 소용돌이에 가벼운 부루불라가 휘말려 드는 것이다.

이렇게 부루불라가 붙게 되면 주변에서 자신을 괴롭힌다, 따돌린다 등의 착각에 빠져 스스로를 망치게 된다. 이 때문에 부루불라를 요괴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한 번은 부루불라가 3개나 붙은 아이를 본 적이 있다. 이 아이는 등 뒤에 하나, 자기 방 벽에 두 개의 부루불라가 있어 언제나 모든 것을 두려워하며 지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손가락질하고, 욕한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일상생활이 되지 않았다.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부루불라를 털어내기도 하고, 내다 버리기도 했으나 이미 감정의 소용돌이 커져 새로운 부루불라가 쉽게 들러붙어 크게 고생하였다.

부루불라는 그 자체로는 무서운 것이 아니나 사람이 스스로 병들게 하고, 그로 인해 다른 요괴가 붙기 쉽게 만드니 그 점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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