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공작소

(괴담창고) 구멍가게의 구석

너구리군 2022. 4. 11. 19:27



초등학생일 때 학교 앞에는 문방구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조금 크고 세련된 곳이었는데 조금 좋아 보이는 볼펜이나 공책 같은 것들을 팔고 있었다.
형광펜도 그냥 편의점에서 파는 것보다 2배는 더 비싼 것들도 있어서 가끔 그런 것을 사온 아이들이 자랑을 하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굉장히 작은 구멍가게였다.
겉에서 보기에도 작은 가게였는데 안에 들어가 보면 물건이 꽉 차 있어서 쉽게 돌아다니기도 어려웠다.
먼지도 많고, 물건들에 가려져서 어둡기도 한 그런 가게였다.
주인아저씨도 항상 말이 없고, 손에는 큰 흉터도 있어서 아이들은 그 구멍가게를 무서워했다.

하지만 그래도 장사가 됐던 것은 그 가게에서만 파는 장난감이나 간식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고 유독 거기에만 있는 것들이 있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멋있어 보이는 스티커나 옛날 보드게임, 만화, 인형……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는 본 적이 없는 과자, 껌, 사탕……

그것을 포기할 수 없었던 아이들은 항상 2,3명이 모여서 구멍가게를 갔다.

부모님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불량식품이다 더럽다 하면서 절대 가지 말라고 하는 분들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몰래 구멍가게를 갔다.

그냥 작고 낡은 구멍가게지만 우리에게는 신기한 마법의 가게가 되었다.
그 좁은 가게 안을 조심조심 돌아다니며 새로운 장난감 같은 것을 찾아내는 것이 일종의 모험이고, 탐험이었다.

그날도 친구 두 명과 함께 구멍가게를 갔다.
다들 용돈을 모아서 무언가 하나 신기한 걸 사 가겠다는 마음이었다.

주변에 혹시 사람이 없다 살펴보고 몰래 들어간 우리는 평소에도 자주 보던 입구 근처를 지나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워낙 좁고, 바닥에도 물건이 많아 조심스럽게 천천히 움직여야 했다.

조용한 구멍가게는 어쩐지 말도 크게 하면 안 될 거 같은 분위기였다.
우리는 말이 없어졌고 자연스럽게 흩어져서 나름의 보물을 찾기 시작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한 친구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와서 얼른 나가자고 했다.
덜컥 겁이 난 우리는 무슨 일인지 묻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주인아저씨는 말없이 그런 우리는 지켜보고만 있었다.

“야, 왜 그러는데?”

“저기, 안쪽에…… 귀신이 있어……”

안 그래도 무서운 구멍가게 안에는 물건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안쪽이 있다.
유독 더 어둡고 공기도 눅눅한 느낌이라 다들 그쪽에 가는 걸 꺼려 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용감하게 그 안에 들어간 것이다.

그 안에는 가면들이 있었다.
만화 캐릭터 가면이나 아무 무늬도 없는 하얀 가면, 나비 가면, 도깨비 가면 등 여러 종류의 가면이 있었다.

어두침침한 곳에 가면이 잔뜩 걸려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래도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가면들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하나가 가면이 아니었어.”

“가면이 아니면?”

“귀신이었어.”

가면과 눈이 마주쳤다.
아래에 있는 가면을 살펴보다 왠지 모를 불길함에 고개를 들어보니.
가면이라고 생각했던 얼굴이 지긋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깜짝 놀라 가만히 있는 동안에도 귀신은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었다.
혹시 가면인가 싶어 천천히 몸을 움직이자 따라오는 눈동자와 얼굴을 보며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는 동안에도 귀신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어두운 안쪽을 벗어난 친구는 울고 싶은 것을 참으며 겨우 ‘나가자’는 한마디를 말할 수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모두가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냥 혹시 몰라 하며 한 번씩 뒤를 돌아보며 각자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구멍가게에 귀신이 있다는 소문은 학교 전체로 퍼져나갔다.
하루가 지나고 진정이 된 우리는 자랑스럽게 친구들에게 목격담을 전했고, 진짜인지 아닌지 모를 목격자가 추가되어 귀신 소문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어졌다.

하지만 믿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거짓말하지 마!”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냐!”

아이들의 말싸움은 자존심 싸움이 되었고, 당장이라도 싸울 거 같은 분위기가 생겨났다.

“그럼 가보자!”

아이들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지나치게 열이 올라 무서운 것도 몰랐다.
여러 명이라 더욱 용기가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어제 구멍가게를 갔던 우리를 필두로 다 함께 구멍가게로 쳐들어갔다.

하지만 귀신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구멍가게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처음 보는 일이었다.
이 구멍가게는 한 번도 문을 닫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하필 귀신 소문이 돌자마자 문이 닫힌 것이다.

우리도, 우리를 따라서 귀신을 보러 온 아이들도, 귀신이 없다며 따라온 아이들도.
알 수 없는 불길함에 말을 잃었다.

그 후로 구멍가게가 문을 여는 일은 없었고, 진짜 귀신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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