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공작소

솜사탕 구름

너구리군 2021. 9. 27. 19:10



전 세계에서 단 사람에게 한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모두가 자신의 소원을 빌기 위해 아우성칠 거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누군가 다치거나, 심하면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되고 보니 생각보다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소원을 빌고 싶었지만 그 욕심만큼이나 서로를 겨눈 무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세계 정상들이 회의를 하고 또 한 끝에 소원을 빌 수 있는 권한을 만 10세 이하 아이 중에 추첨하여 주기로 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비는 소원은 그나마 어른들의 욕망에 비해 안전할 거라는 판단이었다.

물론 만 10세의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그 역시 어렵지 않게 타협했다.
각자의 출생신고일을 기준으로 삼고, 출생신고가 없는 경우 중간인 7월 1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전 세계에서 소원권을 모았다.
모인 소원권 중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것을 AI가 자동으로 소거했다.
남은 소원권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추첨으로 뽑았다.

대망의 소원권은 6살 어린이의 것이었다.

[구름이 솜사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린아이다운 소원에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아마도 오늘은 '세계 솜사탕의 날'로 지정되지 않을까 싶었다.

소원이 이루어졌다.
하늘에 떠있던 구름들이 솜사탕이 되었다.
솜사탕이 된 구름들이 천천히 떨어졌다.
내려앉는 거대한 솜사탕을 맞이하며 사람들이 환호했다.
먹어도 먹어도 다 못 먹을 것 같은 솜사탕 속에서 사람들은 축제를 즐기려 했다.

푹 가라앉은 솜사탕은 사람의 체온에 천천히 녹아내렸다.

녹아내리며 엉겨 붙고.

그 위로 덧씌워지고.

끈적하게 들러붙고.

굳어갔다.

녹을 만큼 녹고, 일부는 바람에 날려갔을 때.
그 안에서는 설탕공예로 만든 듯한 마네킹이 잔뜩 나왔다.

유난히 구름이 많던 어느 날.

사람들은 솜사탕에 맞아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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