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요귀담

[현대요괴담] 003 - 잠숨삼이

너구리군 2021. 5. 20. 19:27



잠숨삼이는 잠자리 아래에 산다. 침대 아래나 이불 아래, 베게 아래 등 눈에 띄지 않고, 어두운 곳에 산다.

몸의 반만 현실에 걸쳐 있어 기척이 별로 없지만 실수로 움직이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간혹 잠들기 전에 무언가 아래에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있다면 잠숨삼이일 지도 모른다.

크기는 보통 한 뼘 정도인데 작아질 때는 손가락 한 마디까지 작아지고, 몸을 부풀리면 방 하나를 뒤덮을 정도로 커진다.

밤공기를 뭉쳐 몸으로 삼았기 때문에 몸이 검은빛을 띄는데, 작아지면 색이 진해지고, 커지면 흐려진다.

이녀석은 사람에게 딱히 해가 되지 않는 편이다. 다만 하품과 잠꼬대를 먹고살기 때문에 자꾸 사람을 잠들게 한다. 때문에 자고 싶지도 않은데 너무 졸려 힘들게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손에는 작은 막대기를 들고 있는데 속이 뚫려 있다. 숨막대라고 하는 것인데 잠숨삼이는 이 막대를 통해 사람의 귀 속에 숨을 후후 불어넣는다.

잠숨삼이의 숨에는 잠기운이 많아 이 숨이 귀에 들어가면 사람은 쉽게 졸음을 느끼고, 곧 잠들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하품을 하고, 잠꼬대를 하면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숨막대로 쭉 빨아마신다.

검은 덩어리가 어둠 속에서 꾸물거리는 모습은 보기에 조금 무서울 수도 있지만 이 녀석은 사람이 푹 잘 수 있게 도와주는 이로운 요괴다. 어린아이들이 악몽을 꿔서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잠숨삼이는 아이의 코로 들어가 악몽을 끄집어내 버리기도 한다.

잠숨삼이는 깨끗한 공기와 약간의 꽃향기를 좋아한다. 만일 잠을 잘 자지 못해 잠숨삼이를 부르고 싶다면 참고하기 바란다.


* 본 내용은 어디까지나 작가가 상상한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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